문화 · 여성 뉴스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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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을 찾아서은율, 재령,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엘도라도를 생각하면우리집 마당도 금 뿌리 가득한 어느 만석꾼그러면 식탁에 달랑 올라온 김치와 밥으로 때우는 저녁상도푸짐한 금빛으로 넘치고내 이름의 ‘金’자도 왠지 거부(巨富)의 돌림자 같기만 하고설핏 든 잠은 스페인 사람들이 믿었던 엘도라도로의 통로라는 생각어쩌면 개미들이 기어다니는 허물어진 방바닥 귀퉁이를숟가락으로 파볼 일인지도 모르는어젯밤 뜬금없는 누런 똥꿈을 자꾸 왕관처럼 머리에 썼다가 벗으며할아버지 화장터에서 주워온 금이빨을 고모는 어디에다 썼을까 하는 생각금반지 한 돈 물려받지 못한 처지를 비관으로 몰고 가지 않으려면어쩔 수 없이 다시 파보는 누리끼리 낡고 오래된 금에 대한 몽상나에게도 금광이 있으면 좋겠다금지옥엽 길러서 금의환향하는 자식 생각과적어도 금전 걱정은 없어야겠다는 새해의 새로운 각오를 파묻어 둘토요일마다 로또방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좋을은율, 재령,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엘도라도감나무에 걸리는 햇살, 그 아래로 사금이 줄줄 흘러내릴 것 같은벽에다 똥칠을 해놓고, 이게 다 금이다, 넋을 놓아버린할머니는 행복한 연금술사일생에서 한번만 더 길몽을 만난다면 나도 아버지처럼 노름이나 배울까금값이 올랐다는 뉴스를 보면 억울하고 또 반갑다내일은 토요일, 복권은 여덟시까지 팔고, 일주일은 그렇게 그냥 가고저녁별들은 황금빛을 쩔렁거리며 빛난 *최금진 시인의 약력 1970년 충북 제천에서 출생.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2001 제1회 창작과비평 신인상. 제1회 오장환문학상 수상시집:『새들의 역사』(창비, 2007)와 『황금을 찾아서』(창비, 2011) -----------------------------------< 감상 > 엘도라도의 로또는 어떨까? 나는 지금도 로또를 매 주 이만 원어치를 산다. 한 주의 포부와 희망을 가진다. 똥 꿈이라 욕하지 마라. 나의 사는 방식이니. 이 시인도 금지옥엽 길러서 금의환향하는 새해를 다시금, 그 황금빛 치장을 하는 해를 맞아 멋진 해를 고대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어디 내 마음대로 세상이 돌아가겠는가? 살다보면 그런 꿈을 꾸다가 나이 들어 벽에다 통 칠을 하면 그것도 금이려니 하고 세상 마감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희망이라도 가지고 살자! 누군들 황금빛 찬란한 인생을 갖고 싶지 않겠는가. 나 역시 지금도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것이 꿈으로만 있지 않을 것을 안다. 언젠가는 분명 생각대로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높은 꿈을 꿀수록 벽에 통 칠을 해야 하는 것이니 좀 낮은 꿈을 꿔서 현실적인 희망을 이루어 나가는 것은 어떨까? 나는 오늘도 복권을 사러 간다. 왜? 일주일의 희망을 사는 기분으로. <-서문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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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길을 잃고 나서야 나는 누군가의 길을 잃게 했음을 깨닳았다 그리고 어떤 개미를 기억해 내었다 눅눅한 벽지 위 개미의 길을 무심코 손가락으로 문질러버린 일이 있었다 돌아오던 개미는 지워진 길 앞에서 두리번거리다가 전혀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 제 길 위에 놓아주려 했지만 그럴수록 개미는 발버둥치며 달아나버렸다. 길을 잃고 나서야 생각한다 사람들에게도 누군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냄새 같은 게 있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인연들의 길과 냄새를 흐려놓았던지, 나의 발길은 아직도 길 위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나희덕 시인의 약력 1966년 충남 논산 출생연세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뿌리에게』『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그곳이 멀지 않다』『어두워진다는 것』『사라진 손바닥』 『야생 사과』『말들이 돌아오는 시간』시론집『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산문집『반통의 물』 등 김수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 수상 --------------------------------------< 감상 > 나도 누군가의 길을 막으려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나도 길을 잃고 헤맸던 시절이 있고 지금도 그 길 위에서 서성거리고 있는지 모른다. 내가 가려는 길 앞에서 누군가는 나의 길을 막으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은 나이가 훌쩍 키워져서야 알게 되었다. 엊그제의 일이다. 같이 나눈 술좌석에서 내가 제시한 일을 하려고 했는데 그 친구는 자기가 그 일을 하려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였다고 했다. 바로 이것이 나의 발목을 잡는구나, 생각했다. 이런 것들이 나의 길을 막으려는 자이다. 느끼는 순간 나도 누군가의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못한 지난 시절을 생각해 냈다. 이렇게 나에게 간절한 일들 앞에 또 누군가는 고춧가루를 뿌리고 있다. 그럴수록 벗어나려는 안간힘이 나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리라는 것을 안다. 시인도 그런 일들을 당하면서 세상의 비정함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깨달았으리.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길 위에서 서성이고 있다는 것이다. 올바르게 가라고 아무리 붙들어봐야 그는 그 길로 가지 않고 다른 길을 찾으러 발버둥을 칠 것을 안다. 한 번 당했다는 생각에 다시는 그를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누구에게 해를 끼쳤는지 돌이켜볼 일이다. 누구에게도 가는 길을 막지 말라. 기꺼이 응원하고 도와주라. 그러면 그는 당신을 믿어줄 것이니. <-서문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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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오가리여든일곱 그러니까 작년에 어머니가 삐져 말려주신 호박고지 비닐봉지에 넣어 매달아놨더니 벌레가 반 넘어 먹었다 벌레똥 수북하고 나방이 벌써 분분하다 벌레가 남긴 그것을 물에 불려 조물조물 낱낱이 씻어 들깻물 밭쳐 다진 마늘 넣고 짜글짜글 조렸다 꼬소름하고 들큰하고 보드라운 이것을 맛있게 먹고 어머니께도 갖다드리자 그러면 벌레랑 나눠먹은 것도 칭찬하시며 안 버리고 먹었다고 대견해하시며 내년에도 또 호박고지 만들어주시려 안 돌아가실지도 모른다 *복효근 시인의 약력 1962년 전북 남원출생1991년 계간 『시와시학』으로 등단1995년 편운문학상 신인상2000년 시와시학상 젊은 시인상 수상시집으로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새에 대한 반성문』『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마늘촛불』『따뜻한 외면』시선집 『어느 대나무의 고백』등. -------------------------------------------< 감상 > 어머니 손길이 가는 호박오가리, 호박고지를 다음 해에 다시 먹어야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깃든 시인은 다름 아닌 어머니를 보내기 싫다는 말이다. 나이가 들면 스트레스를 적게 받은 사람이 오래 산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니 기쁘게 해드리는 것도 자식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후레자식들이 많은 이 사회에 이렇게 따뜻한 시인이 있는가. 우리는 종종 부모님에게 전화를 건다들지 또는 찾아뵙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본가에 가면 바리바리 싸주는 손길에 늘 맛있게 먹었다는 한 마디에 어머니는 좋아하신다. 그럴 때면 내 마음이 시큰거린다. 세상에 모든 후레자식들아! 집에 전화안부라도 물어줄 일이다. <-서문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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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 (外界)양팔이 없이 태어난 그는 바람만을 그리는 화가(畵家)였다 입에 붓을 물고 아무도 모르는 바람들을 그는 종이에 그려 넣었다 사람들은 그가 그린 그림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붓은 아이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내며 아주 먼 곳까지 흘러갔다 오곤 했다 그림이 되지 않으면 절벽으로 기어올라가 그는 몇 달씩 입을 벌렸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색(色) 하나를 찾기 위해 눈 속 깊은 곳으로 어두운 화산을 내려보내곤 하였다 그는, 자궁 안에 두고 온 자신의 두 손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김경주 시인 약력 1976년 전남 광주 출생 2003년 ≪대한매일≫ 신춘문예에 시 <꽃 피는 공중전화>가 당선되어 등단 2005년 대산창작기금 수혜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카피라이터와 영화 작업 중 -시집『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기담』『시차의 눈을 달랜다』『고래와 수증기』. ----------------------------------------< 감상 > 언젠가 양팔이 없이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나오는 기사를 읽은 듯하다. 시인은 아마도 그를 놓고 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세상은 이렇게 두 팔이 없는 사람도 무엇인가에 도전을 하고 세상의 벽에 막혀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며 자신에게도 버림받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게 시인의 눈은 아름답다. 저렇게 절벽에 오른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고통들이 따라다녔는지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에 외계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태어나면서 두 팔이 없다는 순간부터가 아마도 외계를 걷고 있는 것이다. 남들과 다른 몸으로 또는 모자라는 몸으로 한세상 살아가려면 슬픔과 외로움과 고독에 빠져야만 했을지 짐작이 간다. 어머니 자궁에 놓고 온 두 팔을 향하여 시 속에 주인공은 몇 달씩 입을 벌리고 고함을 치고 발버둥을 쳤는지 모르는 일이다. 여러분 같으면 이런 상황이 놓인다면 어떻게 했을까? 우린 이 시 한 편으로 정상적인 몸으로 세상에 어떻게 도전해야할지,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말하지 않아도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벌써 어떤 다짐을 하고 있을지 짐작이 간다. 시인은 또 이 글을 쓰기 위해 또는 독자에게 어떻게 전해야할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낳았는지 절망을 희망으로 안겨주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서문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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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에서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 눈이 쌓이고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그믐처럼 몇은 졸고몇은 감기에 쿨럭이고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산다는 것이 술에 취한 듯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침묵해야 한다는 것을모두들 알고 있었다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그래 지금은 모두들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자정 넘으면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나는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곽재구 시인 약력 -1954년 광주 출생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사평역에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 『사평역에서』,『전장포 아리랑』, 『서울 세노야』, 『참 맑은 물살』 등 -산문집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 -장편동화 『아기 참새 찌구』 등 -1992년 신동엽 창작기금과 1996년 동서문학상 수상 -오월시 동인으로 활동 -현재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시 강의 중 -----------------------------------< 감상 > 사평역이란 가상의 역을 놓고 시인은 민중의 애환을 담아 그린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의 눈은 그 민중의 역경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할 것이다. 톱밥난로를 통한 고단함과 피곤함을 위안하는 모습이다. 좀처럼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며 대합실의 풍경을 담아 세상의 이치를 말하는 시인은 살아가는 모든 삶은 이런 것인가 하는 회유 아닌 회유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립다거나 따뜻한 기억을 떠올리며 한 줌의 톱밥을 던져주는 인간적인 면이 나타나기도 하는 이 대합실 속에 있는 사람들과 한 치도 다를 바 없는 것이라 느끼는 것이다. 삶의 무게나 고통에 대한 말들은 정작 뱉어내지 못한다는 것으로 시인은 침묵을 강요한다. 오랜 가난하고 고단함을 청색(시퍼런) 같은 차가운 손바닥을 난로 불빛에 적셔둔다는 말은 쬐인다 라는 말과 바꿔말해도 될 듯하다.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자정이 넘으면 다시 뼈아픈 발자국이 찍힌다는 다시 말해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을 아는 시인은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서문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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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화단에서아파트 화단에 앉아 꽃씨를 심는다 다섯 살배기 흙손가락에서 피어나는 봄흙의 귓불에선 아직도 말간 배냄새가 난다 나도 씨였죠? 이 씨도 쑥쑥 자랄 거죠? 한껏 치켜올린 입술이 나팔꽃처럼 둥글게 피어나고 꽃씨를 품은 봄흙을 다독이는 살빛 떡잎이 둘 타클라마칸 고비의 황사를 견디며 지구의 저 저 저 모퉁이를 견디며 씨에서 잎으로 꽃으로 몸 바꾸며 나이테처럼 쑥쑥 높아지는 키의 눈금들이 해님에게 가는 계단이래! 꽃씨를 묻은 플라스틱 화분을 안고 계단을 오르는 위태로운 흙물 엉덩이를 보며 목숨을 피우려는 모든 것들은 저리 온몸으로 뒤뚱이며 오르는 것이구나 바람에 휘청, 넘어진 피와 멍이 너의 꽃이고 잎이었구나 저 계단에서 잠시 붙잡고 선 난간이 너의 뿌리였구나 *정끝별 시인 약력 -1964년 11월 28일 전남 나주 출생.-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 수료.-1988년 ≪문학사상≫에 <칼레의 바다>외 6편의 시가 당선.-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서늘한 패러디스트의 절망과 모색> 당선.-현재, 명지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시집 <자작나무 내 인생>, <흰 책>, 시론집 <패러디 시학>, -평론집 <천 개의 혀를 가진 시의 언어> <오룩의 노래>, 시선평론집 <행복>, -산문집 <여운> 등이 있음. --------------------------------<감상> 씨와 아이의 쌍관관계를 놓고 이야기 형식인 시 한 편이 참 따뜻하게 들려오는 노래 한 자락 같은 이 시는 발상이 참신하고 견고하게 들려온다. 목숨을 부지하려는 움켜진 손아귀는 피와 멍이 들어 피어오르는 꽃이라는 것을 발견한 시인의 눈은 참으로 진지하다. 요즘 시는 기교와 말장난으로 눈속임을 하는 시들이 많은 반면 이 시인은 기교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라 할 수 있다. 감히 범접할 수 없도록 장치를 깔끔하게 한 시를 내놓으며 시란 이렇게 쓰는 것이다. 라고 가르쳐주는 것 같지 않는가 말이다. “목숨을 피우려는 모든 것들은 저리 온몸으로 뒤뚱이며 오르는 것이구나” 말하는 시인의 눈은 잔광 속에서도 꽃이 피지 않겠는가? 끙끙대지 않고 수다스럽지 않고 번잡스럽지 않는 조용한 어조의 진정성이 숨어 있는 시 한 편을 소개한다. <-서문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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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1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퍼 가도 퍼 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쌀밥 같은 토끼풀꽃,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어둠을 끌어다 죽이며그을린 이마 훤하게꽃등도 달아 준다.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일어서서 껄껄 웃으며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 보면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고갯짓을 바라보며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퍼 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김용택 시인 약력 1948년 전북 임실 출생. 순창 농림고 졸업. 1982년 창작과비평사의 21인 신작시집『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섬진강 1」등을 발표 시집『섬진강』『맑은 날』『누이야 날이 저문다』『꽃산 가는 길』『그리운 꽃편지』『그대 거침없는 사랑』『강 같은 세월』『그 여자네 집』 산문집『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1994)『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1997)『섬진강 이야기1·2』(1999)『촌놈 김용택 극장에 가다』(2000) 동시집『콩, 너는 죽었다』 『학교야 공 차자』『오줌으로 만든 무지개 다리』 1986년『맑은 날』로 제6회 김수영 문학상, 1997년 제12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감상> 섬진강 시인이라 불리는 김용택 시인의 시 한 편을 들고 나왔다. 내가 자란 섬진강물 흐르는 자연의 경관을 들고 나온 시가 어머니 품과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전라도 하면 섬진강을 떠올리듯이 영산강 무등산 지리산 주변을 흐르는 이 섬진강이야말로 민중의 굽힐 줄 모르는 생명력을 발상해 냈다. 건강하고 살아 숨 쉬는 국토애를 발판삼아 영산강을 맞장구 쳐 끌어낸 이 사유의 의인화 시키는 시 한 편이 개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흐르는 것 같은 이 풍경이 민중의 깊이를 담아내는 시라 할 수가 있다. 시인의 풀 한 포기 꽃 한 닢마다 그냥 보아 넘길 수 없음을 시에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 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마지막 연에 단정을 지어버린다. 시인은 그렇게 당당하다. 지금 처해 있는 우리나라가 썩어빠지고 지랄을 떤다고 해도 민중의 힘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단호하게 거절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옹 한다고 어디 홀리는 민중이겠는가?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의 시 한 편을 소개한다.<-서문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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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 기대어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날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옴을 *송수권(宋秀權)l시인의 약력 1940. 전남 고흥 출생, 고흥중, 순천사범, 서라벌예대 졸1975. 山門에 기대어 등으로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제1시집 산문에 기대어(문학사상사), 제2시집 꿈꾸는 섬(문학과 지성), 제3시집 아도(창작과비평사), 제12시집 장편서사시집 달궁아리랑(종려나무,2010), 13시집 남도의 밤식탁(작가,2012), 제14시집 빨치산(고요아침,2012), 제15시집 퉁 (서정시학,2013), 제16시집 「사구시의 노래」(고요아침,2013), 제17시집「허공에 거적을 펴다」(지혜,2014) 등. 시선집 시골길 또는 술통(종려나무,2007) 및 기타 저서 50여권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영랑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한민족문화예술대상, 만해님시인상(2011), 김삿갓문학상(2012), 구상문학상(2013) 등현재, 한국풍류문화연구소장, 순천대 명예교수 ---------------------------------------------<감상> 이 시는 세상을 떠난 누이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그린 그림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이 시의 핵심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 이라 할 수가 있다. 죽은 누이의 떠도는 영혼을 읽을 수가 있는데 살아생전에 누의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그린 작품이겠다. 시인은 쓰레기통 시인이라고 불린다. 왜냐하면 응모당시 원고지가 없어 갱지에 써서 투고한 까닭에 시인 지망생이 원고지 쓸 줄도 모른다고 판단한 편집위원이 휴지통에 쳐박았단다. 게다가 주소도 여관방이었으니 더욱 그러하지 않았겠는가. 우연히 《문학사상》 주간이던 이아령 이화여대 문리대 교수가 우연히 휴지통 속 수북한 원고뭉치를 발견, 송수권 시인이 투고했던 <산문에 기대어> 외 4편의 원고를 찾아냈다고 한다. 당선은 되었는데 당선자를 찾을 수가 없어 무려 1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이 시가 바로 “그 산문에 기대”이다. 죽은 자에게 질문을 던진 이 시는 화자의 간절하고 애절한 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뭉클하다. 실제 화자의 동생이 군에서 제대하고 돌아와 자살한 동생을 누이로 대체시켜 누이의 눈썹이 가을 산 그림자에 묻혀 떠돌고 있는 이미지로 부각시켜 놓은 것이라 한다. 나도 이 시의 이미지를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인터넷 이곳저곳을 찾아 일부는 글자 토시 하나 틀리지 않도록 옮겼다는 것을 인정한다. 일부 나의 감상이 아님을 밝힌다. 그러나 이 시 만큼은 쓰레기통에서 나온 시라서인지 더욱 특별하다. 나는 이 시를 필사하면서부터 시를 배우게 된 특별한 시라 할 수 있다. 좋은 시 한 편 소개한다. <-서문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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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간다달팽이 개수대를 기어 오른다제 살 곳에 살지 못하는 것이 저 달팽이 뿐이랴만언제 이 사막을 건널 것인가연유를 묻지 않아도 여기, 지금 이곳응, 나야 하고 말 걸어 볼 사람 하나 없는 건기의 도시때때로 절박해지는 순간이 있다, 아직도그곳엔 바람을 되새김질하는 감자꽃과해질녘 주인이 전지한 넝쿨에 참외꽃 피겠지만겹겹의 바람을 쟁이는 치마상추 잎 그늘에깃들고 싶었을 달팽이를 안다 오늘도 도시는 번화하고 바람이 불었다모두들 촛불 켜들고 광장으로 나갈 때에도달팽이 건기의 도시를 횡단하며 자정 가깝도록 서걱서걱 초인종을 눌렀다, 그때마다내 몸에서는 한 움큼씩 초록물이 빠져나가지만사막에서도 한 평생 살아내는 몇 종의 동물과 식물처럼목메어 기다 가다 거기, 어디쯤스쳐갔을 상추 잎에 스민 바람과 그늘 찾아 *최광임 시인 약력전북 부안 변산 출생. 2002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내 몸에 바다를 들이고』『도요새 요리』. 계간《시와 경계》부주간, 창신대 겸임교수. ----------------------------------------<감상> 이 시에서는 집 없는 달팽인지 아니면 집이 있는 달팽인지 확연하다. 초인종을 누른다는 것은 분명 집은 있다. 그런데 이놈의 집이 전세인지, 월세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말이 그 말이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 한 편의 시로 서민들의 주거난에 대해 한 마디 하자면 최근 뉴스에 나오는 말에 의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한다는데 하루 벌어 하루 먹는다는 서민들이나 집주인들도 차라리 전세보다는 매매로 집을 내 놓는 이 시점에 자정 가깝도록 종일 힘들어 일하다 피곤한 몸을 끌고 왔을 저 시 속에 달팽이는 기다 가다 거기, 어디쯤 내 편히 쉴 곳이 있었으랴. 그저 스쳐가는 곳, 발 뻗으면 집이요, 일어나면 다시 건기에 몸을 실어야하는 생이 아닌가. 시인의 낮은 곳을 바라보는 눈에 내 눈도 숙연해진다. 어느 곳엔 웃음이 있다지만 저 달팽이는 때때로 절박을 긴박처럼 몸을 뒹굴었을 것을 생각한다. 이 몸도 오늘 잠 못 이루고 뒹굴고 있다. <-서문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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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그림에 쓰다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것은 다 꽃길이라 믿었던 시절 득음한 꽃들의 아우성에 나도 한 때 꽃을 사모하였다 꽃을 사모하니 저절로 날개가 돋아 꽃 안의 일도 꽃 밖의 일도 두근거리는 중심이 되었다 꽃술과 교감했으므로 날개 접고 앉은 자리가 모두 꽃자리였다 꽃길을 날아다녔으나 꽃술을 품었다고 흉금에 다 아름다운 분粉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겹눈을 가지고도 읽지 못한 꽃독에 날개를 다치고 먼 남쪽 다산에 와서 앉는다 낮달이 다붓하게 따라온다 주전자에는 찻물이 끓고 *꽃 밖에서 훨훨 날아다니고 꽃술을 사모하여 맴돌지는 말아라* 오래 전 날개를 다치고 이곳에 먼저 와서 앉았던 사람이 더운 붓끝으로 허공에 쓰고 있다 *정약용의 시 “題?蝶圖” 에서 인용 *허영숙 시인의 약력2006년 《시안》신인상 당선. <시마을> 동인. 시집『바코드』. 공저시집『느티나무의 엽서를 받다』등. ------------------------------------------------- <감상> 나비의 형상이나 안개의 형상을 대조해보면 이런 글귀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진의 <산속 집에서 우연히 짓다>라는 한시인데 마지막 글귀에 “밤 지새운 묵은 안개 깊은 숲에 남았다가 낮 바람 불어오자 부슬부슬 비 뿌리네” 하는 글귀와 허영숙 시인의 마지막 행 두 줄 “오래 전 날개를 다치고 이곳에 먼저 와서 앉았던 사람이 더운 붓끝으로 허공에 쓰고 있다”가 꼭 그렇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상상에 노를 저었을 때 보는 사람마다의 관점이 다르겠지만 유추해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시인의 심상이 본래 따뜻해서인지 글에서 녹아내리는 꽃도 그윽한 운치와 서늘한 향기마저 난다. 당시 다산의 시대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느낌이랄까, 대변이랄까. 누구의 의견을 빌어 진부한 것에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이나 익숙한 것을 새롭게 만나도록 하는 것이나 이런 것들이 시인의 창조적 정신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마술이라는 것이다. 참신하면서도 화려하지 않고 결코 추하지 않는 나비와 꽃을 팽팽한 긴장 속으로 몰아가는 힘이 있어 보인다. <-서문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