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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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여성

섬진강1

김용택 시인

  • 기자
  • 등록 2016.01.04 11:40
  • 조회수 1,162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 가도 퍼 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 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 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 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김용택 시인 약력

 1948년 전북 임실 출생. 순창 농림고 졸업.
 1982년 창작과비평사의 21인 신작시집『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섬진강 1」등을 발표

시집
『섬진강』『맑은 날』『누이야 날이 저문다』『꽃산 가는 길』『그리운 꽃편지』『그대 거침없는 사랑』『강 같은 세월』『그 여자네 집』

 산문집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1994)『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1997)『섬진강 이야기1·2』(1999)『촌놈 김용택 극장에 가다』(2000)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 『학교야 공 차자』『오줌으로 만든 무지개 다리』

1986년『맑은 날』로 제6회 김수영 문학상,  1997년 제12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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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섬진강 시인이라 불리는 김용택 시인의 시 한 편을 들고 나왔다. 내가 자란 섬진강물 흐르는 자연의 경관을 들고 나온 시가 어머니 품과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전라도 하면 섬진강을 떠올리듯이 영산강 무등산 지리산 주변을 흐르는 이 섬진강이야말로 민중의 굽힐 줄 모르는 생명력을 발상해 냈다.

  건강하고 살아 숨 쉬는 국토애를 발판삼아 영산강을 맞장구 쳐 끌어낸 이 사유의 의인화 시키는 시 한 편이 개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흐르는 것 같은 이 풍경이 민중의 깊이를 담아내는 시라 할 수가 있다. 시인의 풀 한 포기 꽃 한 닢마다 그냥 보아 넘길 수 없음을 시에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 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마지막 연에 단정을 지어버린다.

  시인은 그렇게 당당하다. 지금 처해 있는 우리나라가 썩어빠지고 지랄을 떤다고 해도 민중의 힘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단호하게 거절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옹 한다고 어디 홀리는 민중이겠는가?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의 시 한 편을 소개한다.
<-서문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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