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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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여성

외계 (外界)

김경주 시인

  • 기자
  • 등록 2016.01.12 17:23
  • 조회수 1,197

          
 

양팔이 없이 태어난 그는 바람만을 그리는 화가(畵家)였다
입에 붓을 물고 아무도 모르는 바람들을
그는 종이에 그려 넣었다
사람들은 그가 그린 그림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붓은 아이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내며
아주 먼 곳까지 흘러갔다 오곤 했다
그림이 되지 않으면
절벽으로 기어올라가 그는 몇 달씩 입을 벌렸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색(色) 하나를 찾기 위해
눈 속 깊은 곳으로 어두운 화산을 내려보내곤 하였다
그는, 자궁 안에 두고 온
자신의 두 손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김경주 시인 약력

1976년 전남 광주 출생
2003년 ≪대한매일≫ 신춘문예에 시 <꽃 피는 공중전화>가 당선되어 등단
2005년 대산창작기금 수혜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카피라이터와 영화 작업 중
-시집『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기담』『시차의 눈을 달랜다』『고래와 수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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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

  언젠가 양팔이 없이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나오는 기사를 읽은 듯하다. 시인은 아마도 그를 놓고 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세상은 이렇게 두 팔이 없는 사람도 무엇인가에 도전을 하고 세상의 벽에 막혀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며 자신에게도 버림받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게 시인의 눈은 아름답다.

  저렇게 절벽에 오른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고통들이 따라다녔는지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에 외계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태어나면서 두 팔이 없다는 순간부터가 아마도 외계를 걷고 있는 것이다. 남들과 다른 몸으로 또는 모자라는 몸으로 한세상 살아가려면 슬픔과 외로움과 고독에 빠져야만 했을지 짐작이 간다. 어머니 자궁에 놓고 온 두 팔을 향하여 시 속에 주인공은 몇 달씩 입을 벌리고 고함을 치고 발버둥을 쳤는지 모르는 일이다.

  여러분 같으면 이런 상황이 놓인다면 어떻게 했을까? 우린 이 시 한 편으로 정상적인 몸으로 세상에 어떻게 도전해야할지,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말하지 않아도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벌써 어떤 다짐을 하고 있을지 짐작이 간다. 시인은 또 이 글을 쓰기 위해 또는 독자에게 어떻게 전해야할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낳았는지 절망을 희망으로 안겨주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서문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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