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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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여성

황금을 찾아서

최금진 시인

  • 기자
  • 등록 2016.01.19 16:46
  • 조회수 1,264

 
 

은율, 재령,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엘도라도를 생각하면
우리집 마당도 금 뿌리 가득한 어느 만석꾼
그러면 식탁에 달랑 올라온 김치와 밥으로 때우는 저녁상도
푸짐한 금빛으로 넘치고
내 이름의 ‘金’자도 왠지 거부(巨富)의 돌림자 같기만 하고
설핏 든 잠은 스페인 사람들이 믿었던 엘도라도로의 통로라는 생각
어쩌면 개미들이 기어다니는 허물어진 방바닥 귀퉁이를
숟가락으로 파볼 일인지도 모르는
어젯밤 뜬금없는 누런 똥꿈을 자꾸 왕관처럼 머리에 썼다가 벗으며
할아버지 화장터에서 주워온 금이빨을 고모는 어디에다 썼을까 하는 생각
금반지 한 돈 물려받지 못한 처지를 비관으로 몰고 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다시 파보는 누리끼리 낡고 오래된 금에 대한 몽상
나에게도 금광이 있으면 좋겠다
금지옥엽 길러서 금의환향하는 자식 생각과
적어도 금전 걱정은 없어야겠다는 새해의 새로운 각오를 파묻어 둘
토요일마다 로또방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좋을
은율, 재령,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엘도라도
감나무에 걸리는 햇살, 그 아래로 사금이 줄줄 흘러내릴 것 같은
벽에다 똥칠을 해놓고, 이게 다 금이다, 넋을 놓아버린
할머니는 행복한 연금술사
일생에서 한번만 더 길몽을 만난다면 나도 아버지처럼 노름이나 배울까
금값이 올랐다는 뉴스를 보면 억울하고 또 반갑다
내일은 토요일, 복권은 여덟시까지 팔고, 일주일은 그렇게 그냥 가고
저녁별들은 황금빛을 쩔렁거리며 빛난

 
*최금진 시인의 약력

1970년 충북 제천에서 출생.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
2001 제1회 창작과비평 신인상. 제1회 오장환문학상 수상
시집:『새들의 역사』(창비, 2007)와 『황금을 찾아서』(창비,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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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

  엘도라도의 로또는 어떨까? 나는 지금도 로또를 매 주 이만 원어치를 산다. 한 주의 포부와 희망을 가진다. 똥 꿈이라 욕하지 마라. 나의 사는 방식이니. 이 시인도 금지옥엽 길러서 금의환향하는 새해를 다시금, 그 황금빛 치장을 하는 해를 맞아 멋진 해를 고대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어디 내 마음대로 세상이 돌아가겠는가? 살다보면 그런 꿈을 꾸다가 나이 들어 벽에다 통 칠을 하면 그것도 금이려니 하고 세상 마감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희망이라도 가지고 살자! 누군들 황금빛 찬란한 인생을 갖고 싶지 않겠는가. 나 역시 지금도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것이 꿈으로만 있지 않을 것을 안다. 언젠가는 분명 생각대로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높은 꿈을 꿀수록 벽에 통 칠을 해야 하는 것이니 좀 낮은 꿈을 꿔서 현실적인 희망을 이루어 나가는 것은 어떨까?

  나는 오늘도 복권을 사러 간다. 왜? 일주일의 희망을 사는 기분으로.
<-서문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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