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에 기대어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 · 여성

산문에 기대어

송수권 시인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날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옴을   

 

*송수권(宋秀權)l시인의 약력
 
1940. 전남 고흥 출생, 고흥중, 순천사범, 서라벌예대 졸
1975. 山門에 기대어 등으로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제1시집 산문에 기대어(문학사상사), 제2시집 꿈꾸는 섬(문학과 지성), 제3시집 아도(창작과비평사), 제12시집 장편서사시집 달궁아리랑(종려나무,2010), 13시집 남도의 밤식탁(작가,2012), 제14시집 빨치산(고요아침,2012), 제15시집 퉁 (서정시학,2013), 제16시집 「사구시의 노래」(고요아침,2013), 제17시집「허공에 거적을 펴다」(지혜,2014) 등. 시선집 시골길 또는 술통(종려나무,2007) 및 기타 저서 50여권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영랑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한민족문화예술대상, 만해님시인상(2011), 김삿갓문학상(2012), 구상문학상(2013) 등
현재, 한국풍류문화연구소장, 순천대 명예교수


---------------------------------------------
<감상>
  이 시는 세상을 떠난 누이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그린 그림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이 시의 핵심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 이라 할 수가 있다. 죽은 누이의 떠도는 영혼을 읽을 수가 있는데 살아생전에 누의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그린 작품이겠다.

  시인은 쓰레기통 시인이라고 불린다. 왜냐하면 응모당시 원고지가 없어 갱지에 써서 투고한 까닭에 시인 지망생이 원고지 쓸 줄도 모른다고 판단한 편집위원이 휴지통에 쳐박았단다. 게다가 주소도 여관방이었으니 더욱 그러하지 않았겠는가.

  우연히 《문학사상》 주간이던 이아령 이화여대 문리대 교수가 우연히 휴지통 속 수북한 원고뭉치를 발견, 송수권 시인이 투고했던 <산문에 기대어> 외 4편의  원고를 찾아냈다고 한다. 당선은 되었는데 당선자를 찾을 수가 없어 무려 1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이 시가 바로 “그 산문에 기대”이다.

  죽은 자에게 질문을 던진 이 시는 화자의 간절하고 애절한 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뭉클하다. 실제 화자의 동생이 군에서 제대하고 돌아와 자살한 동생을 누이로 대체시켜 누이의 눈썹이 가을 산 그림자에 묻혀 떠돌고 있는 이미지로 부각시켜 놓은 것이라 한다.

  나도 이 시의 이미지를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인터넷 이곳저곳을 찾아 일부는 글자 토시 하나 틀리지 않도록 옮겼다는 것을 인정한다. 일부 나의 감상이 아님을 밝힌다. 그러나 이 시 만큼은 쓰레기통에서 나온 시라서인지 더욱 특별하다. 나는 이 시를 필사하면서부터 시를 배우게 된 특별한 시라 할 수 있다. 좋은 시 한 편 소개한다.

<-서문기 시인->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